팔순을 훌쩍 넘기신 최유금 할머니는 얼마나 깔끔하고 부지런하신지 모른다. 집 마당에 들어 설 때부터 가지런히 널려있는 약초뿌리며 집안 정리정돈은 말할 수 없이 잘되어 있다. 할머니는 비바람이 치는 날 외에는 집에서 쉬는 날이 별로 없다. 이 연세정도 되었으면 실물이 날 법도 한데 구부정한 허리를 동이고 아침 일찍부터 산
을 오른다. 얼마 전까지는 양파처럼 동그란 구레밥을 하시더니 이제는 기다란 방풍뿌리 약초를 캐신다. 풍을 방지한다고 하여 방풍이라고 하는데 할머니 말로는 "팽풍뿌리" 라고 한다.
오늘은 주일이 되어 예배 전에 할머니 집을 가보니 닫혀 진 문에 "최성도님" 하고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어제 방문했을 때 "내일은 주일이니까 교회에 오세요" 했을 때 "그랴, 어쩨 암말이 없다 했디 내일 주일이 맞구망" 하면서 맞장구까지 치셨는데 어찌된 일일까? 주일이란 것을 깜박 잊고 산에 가셨을까? 예배 참석자라 해야 등대집사님과 손을 다쳐서 며칠 전에 목포에서 내려온 임복식 성도님, 그리고 추석 맞아 목포에 가셨다가 몇 달 만에 들어온 최선심 할머니 해서 고작 네 분이 죽도 전 주민이면서 성도들인데 예배참석을 믿었던 할머니가 산에 가셨다는 생각에 힘이 빠졌다.
허탈감을 안고 예배당에 와서 기다리는데 예배시간이 되어 몇 분이 들어오시고 마지막 할머니의 발걸음 소리와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일에 찌든 얼굴과는 달리 찬양하는 모습이며 설교 듣는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지....... 예배를 마치고 "집에 안계시더니 어디 갔다가 오셨어요?" 물으니 바닷가에서 빨래하고 오셨다는 것이다. 떡국을 함께 드시면서 추우셨던지 "뜨거운 국물이 좋다" 하면서 맛있게 드시고 팽풍뿌리 캐러 가야한다고 제일 먼저 일어 나셨다. 건강한 모습으로 장수하시길 빈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