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람들(14)ㅣ이정심
	"땅가시 나무 열매요. 잦은 기침을 하는 며느리에게 먹여 볼려고 말려 보요." 효부인 며느리와 며느리를 아끼는 시어머니의 마음이 빨간 땅가시 나무열매로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칠순이 넘으신 최선심 할머니는 4월에 복막염 수술을 받으셨다. 자식들에게 폐가 될까봐 아픈 배를 부여잡고 참고 견디시다가 위급한 상황이 되어서야 병원에 실려 가셨다. 그날 따라 여객선이 없는 날이라서 사선을 불러 타고 가셔야 했다. 진찰을 받고 보니 맹장이 파열되어 복막염으로 진행된 상태라 고생을 더 많이 하셨다. 이러한 위급한 상황을 고려해서 정기여객선이 이틀이 아닌 매일 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 본다. 최 할머니는 막내아들 집에서 기거하다가 오셨다. 아들며느리가 몸조리 때문에 못 가게 말렸지만 '집에 내려 가서 밭에도 다니고 공기도 쏘이고 해야 기운을 차릴 것 같다' 하시면서 내려 오셨다. 연약한 체질에 연세가 많으신 가운데 받으신 수술이라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듯하다. 처음에는 힘이 없으셔서 바닷가에는 내려갈 엄두도 못 내시고 두 주가 지나서야 배 닿는 선창을 오가고 계신다. 할머니는 자녀들이 어리고 젊었을 때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머리와 한쪽 어깨를 다치고는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신다. 그런데다가 눈이 잘 안 보여서 이중고를 겪으면서 생활을 하신다. 효자노릇하는 막내며느리가 매년 첩약을 지어 드려서 약 기운으로 힘을 얻고 계시는데 이번 수술 후에도 어김없이 기운 내시라고 첩약을 지어 주셨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 "내가 왜 살아나서 자식들 고생을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하셨다. 막내아들네는 예은이와 예슬이, 딸 둘을 두었다. 둘째 손녀 예슬이는 이제 돌을 넘긴지 두 달이 지나간다. 그러니 재롱둥이 손녀들이 얼마나 귀엽게 노는 지 그 모습이 상상된다. 지난 설날 때는 큰딸을 만나서 딸집엘 갈려고 하니까 네 살인 큰손녀 예은이가 할머니 우리 집에 가야 한다고 옷을 놓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아들네로 가셨다면서 아장아장 걷는 손녀들이 눈에 선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신다. 그리고 올초엔 아들네를 다녀와서는 산을 다니며 조그맣고 빨간 열매를 따서 말리고 계셨다. "이것이 무슨 열매예요? 어디에 쓸려고 따셨어요?" 하고 물으니 "땅가시 나무 열매요. 며느리가 잦은 기침을 해서 기침 멎는데 좋다고 해 말려 보요.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도요"라고 하셨다. 막내 아들며느리가 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해 드린 것처럼 이심전심으로 며느리를 아끼는 시어머니의 마음이 빨간 땅가시 나무열매로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이번 수술 후 병 문안을 가서 며느리에게 물어 보았다. "땅가시 나무열매 효과는 어떻든가요?" 했더니 "아휴- 너무 써서요 친정어머니 드시라고 드렸어요" 하면서 웃었다. 약 효과는 보지 못했더라도 시어머니의 정성과 마음은 그 이상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