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람들(4)ㅣ이정심
	전봇대 2개 세우는 것도 죽도에서는 큰 볼거리다. 그 화물선을 이용하여 교회 공사용 자재도 싣고와 여러 공사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전기불이 들어오고 전화가 소통되었다. 대박터진 날이다.	죽도에 화물선 배가 도착되었다. 기다란 전봇대를 2개 싣고서 트럭 1대랑 불도저가 죽도에 내렸다. 지난 번 쓰러진 전봇대를 다시 세우려는 것이다. 작은 섬에서 보는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죽도에는 자체 발전소가 없고 옆 섬 맹골도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다. 화물선을 보자 당장 떠오른 것이 시멘트였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번뜩 떠올라서 선장님께로 당장 뛰어올라가 배가 언제 다시 오는가를 묻고서 내려왔다. 이틀 후에 온단다. 건재상에 전화를 했더니 조도에서 팔지 않은 시멘트였지만 옛 고객이라는 이유로 팔겠다는데 배에까지 실어주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와서 가져가라며 핸드폰을 아예 받지 않았다. 어렵사리 조도중앙교회 목사님께 배에 실어달라는 부탁을 하고선 마음을 놓았다. 흔쾌히 요청을 들어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린다. 기다리던 시멘트가 와서 동네에서 빌린 것 2포대를 갚고 3포대를 교회에 들여와 당장 공사를 시작했다. 큰물에 휩쓸려 망가진 교회 출입구에 고장난 전기판넬 장판을 덮어 놓았더니 사람들이 미끄러워 넘어졌다. 위험하다는 소리를 몇 번 들었는데 시멘트가 도착하여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자갈과 모래를 바닷가에서 채취해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일단은 자갈과 모래를 줄일 심상으로 버려진 베니다 판자를 깔고 그 위에 살짝 시멘공구리를 하려 하였다. 그런데 이 때 시멘트를 빌려준 할머니가 보러 와서 "우리가 와서 날라 줄텡께 베니다를 빼고 혀요. 그라고 오늘은 늦었응께 내일해도 안 늦어라우" 하시는 것이다. 할머니 말을 듣고서 베니다판을 빼고 그 앞에 있던 쓰레기 흙을 다져 놓았다. 할머니가 부엌을 고치느라고 뜯어낸 황토 흙이 보기 싫게 교회 출입구에 있다가 요긴하게 쓰여졌다. 다음날 동네 할머니 성도님들 네 분이 모두 자갈 섞인 모래를 날라주어서 쉽게 공사를 하게 되었다.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고 감사하던지. 안쪽과 마무리 공사가 아직 남아 있지만 함께 도우려고 하는 열린 마음이 정말 감사하다. 풍랑과 비바람이 치면 전기가 나가서 참 불편했다. 이렇게 전기공사가 마쳐져서 전깃불이 나갈 염려가 없어서 다행이고, 전화 수리사가 와서 전화도 수리되어서 마음이 시원하다. 마치 대박이라도 난 기분이랄까. 깊은 속을 꿰뚫고 계시며 소원을 채우시는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다시금 경험한 기회였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