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람들(15)ㅣ이정심
		김애진 할머니는 교회와 가장 가까운 바로 앞집에 사신다. "옛날에 부모님이 이름을 예쁘게 지어주셨네요"하면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이름 예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좋아하신다. 할머니는 일흔 일곱이 되셨지만 기운이 펄펄하시다. 궂은 날씨만 아니면 물때 맞춰 매일 갯가로 나가신다. 수술을 하신 탓에 무릎을 자유로이 구부리지 못한 어려움도 개의치 않고, 어렵지 않은 곳을 찾아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돌김 작업이 마쳐진 요즈음엔 배말이랑 보찰, 매운고동을 따서, 고동은 전부를 교회로 가져오시고 배말은 가끔씩 가져오신다. "전도사님, 작다고 하지 말어~ 난 굵은 것이 붙어있는 옹삭한덴 못가고 편한 데를 가니까 이렇게 잘어라. 그래도 된장국 끊이면 암시랑토 않고 맛이 우러나라"하신다. "무슨 말씀을요, 감사합니다." 하고서 음료수를 따라드리면 문밖에 서서 잔을 들고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아버지 잘 먹것습니다. 우리 전도사님이 나 같은 것이 뭐라고 이렇게 대접을 받습니다. 우리 전도사님 복타게 하시고 복을 주옵소서. 예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름 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운 김애진 할머니. ▼심심하던 중에 놀잇감을 찾은 터라 좋아하며 즐겁게 씨 뿌리는(?) 성결이.	김애진 할머니는 안타깝게도 교회를 나오지 않고 쉬고 계신다. 작년 여름에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던 큰아들 손자가 이유없이 길바닥에서 쓰러져 기절을 하였다. 미역채취를 도우러온 며느리가 사선을 타고 부랴부랴 나갔었다. 그 후로 교회를 좀 쉬라고 한 아들, 며느리 말을 듣고 교회를 나오시질 않는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회복의 날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일에는 기도 시간에 누가 들어왔다가 헌금을 드리고 그냥 나가는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김애진 할머니가 분명했다. 예배 후에 찾아갔더니 마늘작업을 막 끝내고 들어와 씻을려고 하였다. 웃으며 거절하는 손을 잡고 와서 교회에서 씻으시게 하고, 오랜만에 죽도에 계신 성도라야 네 분이 전부인 성도들과 함께 애찬을 나눴다. 할머니는 죽도에서 마늘농사를 가장 많이 수확을 하셨다. 마늘 굵기가 작년과 다르고 양도 많아 마당에 꽉 찼다. 며칠 전에는 비가 온 후라서 모종하고 씨앗을 심느라고 바빴다. 할머니는 들깨가 난 자리에 들깨를 뽑아내고 참깨를 뿌렸다. 잎이 자라난 호박에 하얀 가루약과 비료를 해야 한다 하시면서 "씨앗만 심어 논다고 농사가 되는 것이 아니어라. 약도 해주고 비료도 해주고 해야 제 크고 열매도 맺지라" 하신다. 지난달에는 옥수수 모종을 주셔서 심어놓았는데 이번에는 단호박을 주셔서 모종을 하고, 오이 씨앗은 종탑모서리에 심어 놓았다. 작년에도 오이를 여러 개 따먹는 즐거움을 누렸었다. 씨 뿌리는 비유가 떠오른다. 돌밭이 아닌 좋은 밭이 되어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 맺는 좋은 밭으로 영혼의 회복이 있기를 기도한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