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람들(17)ㅣ이정심
		하루 종일 장맛비가 실감나게 내렸다.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에는 조용하게 내리다가 오전 무렵부터는 천둥 번개를 치면서 쾅쾅거리더니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맑게 개여 햇볕을 잠시 드러냈다. 그리곤 얼마 후 곧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세찬 빗줄기가 쏟아 부어졌다. 이러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만 오후가 되자 비가 그치고 조용한 이슬비가 내렸다. 밭에 고인 물을 빼느라고 도랑을 내고 들어와 쉬는데 갑자기 흥겨운 큰 함성소리가 들렸다. 성결이가 뛰쳐나가 종탑에 올라서서 바닷가 전망을 살폈다. "엄마! 철호 할머니다. 우리 바닷가에 가보자" 한다. 이슬비가 내리는 상황인지라 비옷을 챙겨 입고 황급히 바닷가로 내려갔다. 사리 때여서 물은 저 멀리까지 빠져 있었다. "뭣 잡으세요?" "굴멩이 잡아라아" "오메! 이 굴멩이", "이 굴멩이" "오메! 오메! 오메에!"
	"오메! 이 굴멩이~". 두꺼비인지, 박쥐인지 이상한 생김새에 흐물흐물해서 놀랐지만 장단에 맞추어 잡으시는 할머니의 흥겨운 모습에 성결이와 배꼽쥐고 한없이 웃었다.	한군데서 서너 개를 잡으면서 흥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신다. 너무 재미 있어서 덩달아 웃으면서 "이렇게 좋으세요?" 물으니 "재미지지라아. 현정이 아빠가 그렇게 좋아하요오" 하신다. 성결이 보기에는 두꺼비처럼 보이는지 "엄마! 두꺼비 같아요!" 한다. 색깔은 두꺼비처럼 보이는데 생김새는 박쥐같아 보이는 것이 흐물흐물하고 처음 본 것이라서 혐오감이 있었지만 너무 재미있게 잡으시는 모습에 혐오감은 싹 사라지고 맘껏 만질 수가 있었다. 얼마를 함께 있다가 세 마리를 주시면서 춧바 쪽으로 갈 거니까 미끄러진다고 올라가라고 하는 성화에 성결이와 함께 올라왔다. 그런데 또 큰소리로 "오메에! 굴멩이 잡아라아~" 하는 흥겨운 장단 소리가 발길을 되돌리게 만들었다. 다시 배려와서 구경을 하다가 세 번씩이나 흥겨운 장단에 맞춰 달음질을 하면서 얼마나 웃었던지 성결이는 마냥 즐겁다고 배꼽을 쥐며 웃었다. 굴멩이를 잘 싸와서 손질까지 하여 삶았는데 도저히 먹을 자신이 없어서 성결이를 통해 옥식 형제네 보내면서도 함께 웃었다. 늦은 밤 성결이는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던지 "엄마! 내일도 철호 할머니가 굴멩이 잡으면 좋겠어요. 참 재밌었잖아요!" 한다. 할머니는 목포 아들집에서 손자들을 돌보다가 오셨는데 섬 집에 오고 싶었다고 하셨다. 바닷가에서 맘-껏 장단에 맞춰서 할 일거리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며칠 동안은 두고 온 손자들이 눈에 밟히지만 한 열흘 지나면 잊어진다고 하시면서 "이래서 사는가 보요" 하셨다. 이렇게 조금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신다. ♬근심 걱정 무거운 짐 아니 진 자 누군가 피난처는 우리 예수 주께 기도 드리세♬ 찬양의 가사로 위로를 드리고 싶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