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람들(18)ㅣ이정심
	최유금 할머니의 외손자인 임대석 씨가 등대 지킴이로 섬에 들어왔다. 그의 아내와 첫돌을 앞둔 딸, 하진이가 함께 와서 성결이는 신이났다. 예쁜 동생과 이모가 생긴 것이다. 하진이와 성결이는 생일까지 같다. 얼른 생일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죽도 등대에 주경신 소장님이 전근가시고 새 식구가 들어왔다. 임대석 형제님과 그 아내인 김옥순 자매님, 10개월 된 예쁜 딸 하진이다. 대석 형제님은 방풍뿌리 캐시며 산을 오르셨던 최유금 할머니의 큰 딸이 낳은 아들로, 할머니의 외손자이다. 최할머니는 안타깝게도 예전에 다치셨던 머리와 다리가 아프셔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셨다. 지금은 병원에서 퇴원을 하셨는데 연세가 많으시고 보호자가 필요하여 죽도에 못 들어오고 계신다. 아쉽지만 대석 형제가 죽도에 들어오니 최할머니의 빈집이 그리 외로워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최할머니는 평상시에도 대석 형제 자랑을 많이 하며 흐뭇해 하셨다. "우리 큰 손주는 날 많이 생각해라" "첫 월급 탓을 때도 옷 사 입으라고 용돈을 줘서 큰딸이랑 같이 시장 가서 옷 구경도 하고 그 때 산 옷이 이 옷이어라." 대석 형제는 고등학교 시절에 여름 방학 때면 외할머니 댁에 와서 미역 채취 작업을 도와주곤 했다. 그 당시의 잊지 못할 사건이 하나 있다. 형제가 할머니 집 전화로 휴대전화를 많이 걸어 전화 요금이 30만원 정도가 나온 것이다. 외손주가 쓴 전화요금 갚느라고 속이 조금 아프셨는지 전화통을 붙들고 살았다고 말하곤 하셨다. 이젠 책임감 있는 의젓한 가장이요, 직장인이 된 형제를 만나니 대견해 보인다. 아내와도 얼마나 다정해 보이는지 한 쌍의 비둘기 같았다. 등대에 필요한 물품을 실어나르는 배가 들어오던 날, 비바람 치면서 파도가 높았었다. 하진이는 놀랜 듯 울고 불안정했었다. 대석 형제님의 아내에게 들어오는데 '고생이 많았다'는 말에 "배타고 올 때는 힘들었는데 죽도에 내리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아요"하는 대답이 모나지 않은 그녀의 성품을 대변해주는 듯 하였다. 예쁜 공주 하진이가 오니까 성결이가 너무 좋아한다. 대석 형제님의 아내를 이모라 부르면서 하진이와 같이 종이에 예쁘게 그리곤 한다. 하진이가 죽도에 온 지 일 주일이 되었는데 온 날부터 하진이 보러 매일 등대에 가겠다고 성화이다. 함께 두 번 다녀온 것 말고는 아직은 등대 적응 기간이어서 혼자 보내는 것은 자제시키고 있다. 다음달 8월 21일이 하진이 첫돌 이란다. 성결이도 생일이 같다고 하니까 성결이가 들떠서 하는 말인즉 "그럼 케이크가 두 개가 필요하겠네. 내 것 하나 하고 하진이 것 하나" 하더니 "아니야 한 개로 나누어서 하면 되지 뭐." 하는 말이 생일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나보다. 이번 주일날은 교회 분위기가 달랐다. 8명이 함께 모여 오붓하게 드리는 예배 자리에 하진이도 얼마나 얌전하게 참석하는지 젊은 부부를 보내신 아버지께 감사 올린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