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람들(20)ㅣ이정심
		여름철을 맞아 미역채취 하시러 마을 주민들이 들어오셨다. 여름 한철을 나야하기 때문에 비상식량을 몽땅 준비해 오셔서 짐을 옮기는데 리어카 3대로 몇 번을 움직여야 했다. 마을 반장님네가 오자 성결이는 아침저녁 속옷차림으로 들른다. 유난히도 성결이를 예뻐하면서 싹싹하게 맞이해 주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아침에 나간 성결이가 소식이 없어 내려와 보니 반장님네 마루에 않아 좋아하는 컵라면을 앞에 놓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안개낀 이른 아침, 배의 엔진소리가 들리고 죽도는 사람들로 인해 활기가 넘쳤다. 한철을 나면서 미역을 채취하기 위해 육지에서 사람들이 들어온 것이다. 또한 만선으로 배가 돌아와 그물망에서 고기를 따는 모습 등 섬에 희망이 보였다.	"이 집에 손주가 한명 생겼네요?"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맞아라, 우리집 손주하기로 했어라" 하시면서 코믹하고 정감있는 음성이 성결이를 달려오게 만든다. "이번 여름에는 누가 도와주러 오나요?" "우리 큰아들이 휴가 맡아서 온다고 했어라." "잘 됐네요." "내일은 교회에 오세요." "나는 절 믿어라." 하면서 극구 반대하신다. "이번 여름에 큰 교회에서 봉사하고 잔치하러 오시는데 그 때는 오세요." "그 때는 가지라." 하신다. 큰아들 신관씨는 결혼한지는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없다. 여러 방법을 취해 본다고 하지만 소식이 없다. 자식도 하나님이 주셔야 한다면서 예수 믿으시라고 복음을 전하면 절 믿는다고 손에 끼워둔 팔찌를 보여주면서 회피한다. 이번 여름 선교팀의 사역을 기대하면서 안타깝지만 주님의 때를 기다려 본다. 한가하고 조용했던 마을이 사람들의 활기로 넘친다. 무엇보다도 첫 그물작업을 나간 박집사님네 대양호 엔진소리와 함께 세 아들의 활보가 죽도를 생기 있고 바쁜 섬으로 만들어 버렸다. 안개 자욱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그물을 올리고 돌아와 만선으로 기뻐하는 삼형제의 희열은 배고픔도 잊은 채 그물에서 고기를 따고 있었다. 놓칠 새라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카메라를 들었다. "고기 많이 잡았어요."하자 "예, 이것보세요."하면서 옥식 형제는 그물망에 걸린 고기를 맘껏 펼쳐보여 준다. 안개 속 이른 아침을 맞으면서 마을에 계신 할머니들이 총동원되어 잡은 생선을 손질하러 모여들었다. 여름철이라 손 빠르게 손질해서 소금 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갈릴리 해변 베드로의 작업장을 찾아오셨던 주님이 안개 속 아침을 맞는 이곳 죽도에 임하시길 기도드린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