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람들(27)ㅣ이정심
	이른 아침이면 바닷가에 가장 먼저 나가시는 김종단 할머니, 허리 한 번 쭉 펴시는 모습 속에서 삶의 작은 즐거움과 여유가 느껴졌다. 어제는 기둥에 쓸 모양으로 작은 토막을 주워 오시더니 오늘은 긴 나무를 건지셨다. 또한 홍합 양식이 파도에 떠밀려왔다며 한 바구니를 따서 바닷물에 씻으셨다. "부지런하셔서 보물을 차지하셨네요." 손의 가려움증으로 고생하시는 할머니, 손도 맘도 평안케 되시기를 기도한다.	추석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모두가 목포에 나가셨다. 등대가정만 남아 있다가 비어있던 마을에 몇 가정이 들어오셨다. 박기복 어르신과 김금자 성도님은 생선을 주문 맡아서 그물잡이 하러 들어오셨는데 고기들이 몰려오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래도 자식들을 모두 만나고 오셔서 맘이 좋으시다고 하면서 큰 딸네만 오지 못해서 죽도에서 잡은 생선을 보내주셨다고 하셨다. 김종단 성도님은 아들집에 갔다가 오셔서 반가운 마음에 손을 만지자 딱딱한 느낌과 흰색 양초가 손등에 묻어있었다. "손이 왜 이러세요?"묻자 "어디 TV에서 봤는데 가려움증에 초를 묻히면 효과가 있다고 들어서 칠해 놓았다"고 하셨다. 망치를 들고 바깥쪽 아궁이 불 지피는 곳을 헌 양철 지붕으로 엮느라고 무거운 망치질과 가위질을 하고 난 후부터 손바닥과 등이 벗겨지고 가렵다고 하셨다. 불그스레하게 벗겨지면서 약간 부은 듯한 것이 습진처럼 가려워 보였다. 이동 진료배가 오면 물어보고 약을 받으시겠다고 하셨다. "교회에 있는 습진 약을 드릴 테니까 저녁에 바르시고 장갑을 끼고 주무세요" 하고서 만남의 기쁨과 함께 안타까움에 기도를 드렸다. 손도 깨끗이 맘도 평안케 해달라고……. 큰아들과 손자들 때문에 맘을 항상 놓지 못하는 김종단 할머니. "아들, 딸 손자 손녀들 모두 만나보고 오니 기뻤겠어요?" 하자 "이번에 가서 보니까 사람을 만났더라고……." "그쪽도 제집 살림을 하고 있어서 들어와 살지는 못하고 있는데 들어와 살라고 했어라……" 큰아들이 혼자서 직장생활하면서 손자들을 돌보고 있기 때문에 잊지 못하고 목포에 많이 계신다. 조금은 맘이 놓이시는지 평안한 모습이시다. 주일 아침에는 교회에 오신다고 깨끗이 목욕하고 단장하고 오시는 모습이 정말 귀하시다. 파도가 일면 가장 먼저 바닷가에 떠밀려온 것들을 보러 나가신다. 오늘 아침엔 두껍고 긴 나무토막을 건져서 머리에 이고 오셨다. 내려놓고 하시는 말씀이 어제 아침에는 조금 작은 토막을 주웠는데 기둥으로 쓸모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좋아라 하신다. 그리고 스티로폼에서 자라난 홍합 양식이 떠 밀려와서 한 바구니 따서 바닷물에 씻고 계셨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하셔서 보물을 차지 하셨네요" 하면서 한바탕 함께 웃었다. 주님 모시고 사는 마음이 항상 기쁨으로 넘치기를 기도드린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