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 양식장 '난립' 적정 면허 포화상태… 바다의 숨이 막힌다 남해안에 양식장 편중, 오염으로 양식장 노후화, 경쟁력 위해 규모 감축, 휴식년제 등 도입해야 완도읍 완도항에서 배로 40분 정도 가다보면 노화읍 잘포리 해역 위에 떠있는 대규모 플라스틱 시설이 눈길을 끈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주황색, 검정색으로 얼기설기 연결된 대규모 공간들은 가두리 양식시설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조성된 이 일대 30㏊ 규모의 시설에는 수만마리의 전복이 자라고 있다. 전복들의 전용 아파트인 셈이다. 이곳 내파성 가두리 양식장 한 칸에는 전복 성패 1000~1200마리가 자라고 있다. 대부분 2년6개월 정도 성장한 이들 전복의 값은 산지 시세로 ㎏당 4만~5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주변이 산으로 막혀 태풍에도 끄덕없는 천혜의 입지 요건인 이곳은 완도에서 최초로 가두리 양식 시설이 설치됐다. 이러한 자연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인근의 당산리, 북고리 인접 해역에도 전복 가두리 양식 시설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전국 전복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완도군은 사실상 이 일대에서 완도산 전복의 60%를 키워내고 있다. 더욱이 전복 소비가 점차 늘어나면서 신규 양식 시설도 급증세에 있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가두리 시설들은 보기에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연안의 양식 어장은 총 17만㏊다. 대부분 천혜의 조건을 갖춘 남해안에 편중돼 있다. 연안역 양식은 해조류, 패류 및 어류 양식으로 나눌 수 있다. 전남도의 양식 어업권 건수는 2008년 현재 6449건이다. 면적은 14만8213㏊로 최근 3년동안 건수와 면적이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류 양식 면허 상황은 2008년 230건에 1074㏊다. 건수나 면적으로 보면 경남에 이은 두번째다. 이는 2007년에 비해 건수(230건)는 같으나 면적에선 74㏊가 늘어난 규모다. 양식 면허 건수는 2006년과 대조해도 60㏊의 면적이 확대됐다. 어류 양식의 주종은 넙치와 조피볼락(우럭)이다. 넙치는 완도, 우럭은 여수에서 많이 양식되고 있다. 넙치 생산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1만6000톤 1400억원에 달했다. 전복 등 패류 양식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8년 도내 패류 양식 면허건수는 2740건이며, 면적은 2만5983㏊다. 2006년과 비교해보면 건수는 297건, 면적은 3233㏊ 늘어났다. 해조류 양식 면허는 2008년 현재 1610건에 5만9237㏊다. 최근 3년동안 건수나 면적이 증가세에 있으나 어류, 패류에 비해 눈에 띌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처럼 양식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현재 전체 수산물 소비의 45%에 이를 만큼 의존도가 높아서다. 2015년에는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산자원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양식장으로 급변하는 바다 환경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결과적으로 속도가 붙은 양식 개발은 양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단위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성이 감소되는 이유는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는 양식어장의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양식장의 환경 악화는 △무분별한 연안 개발 △육상에서 유입되는 오염물 증가 △밀식 △장기연작 △시설 노후와 생사료 사용 등에서 기인한다. 해조류 양식은 인공적으로 사료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사료첨가에 의한 어장의 부영양화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참굴, 진주담치 등 수하식 양식은 주변 해역의 수질 및 저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두리 양식인 경우 주변 해수의 환경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다. 어류 양식 사료의 80%는 생사료다. 생사료는 20% 가량 양식어류 섭취과정에서 바다밑에 가라앉아 염원이 됨은 물론 양식 어류 질병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양식 어류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총질소와 총인의 오염도 역시 적조 발생 기준을 크게 초과해 수질의 건강성을 위협하고 있다. 양식장이 밀집된 남해안에서 매년 적조가 발생하는 것은 이와 연관이 있다. 이러한 양식 어장 오염은 필연적으로 집단 폐사 등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1998년 남해안 가두리 양식장 돌돔 집단폐사 사건, 2003년 여름 비브리오 패혈증 등은 이리도 바이러스와 연관이 있다. 이리도 바이러스는 양식어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바다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전남도를 비롯한 수산 당국에서는 양식 신규 면허 중단과 함께 어민들의 지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식 어민들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규모와 양성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바다 환경의 악화만이 아니라 양식어가들은 과잉 공급에 따른 수익구조 악화로 경제적인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국산 활어 수입이 늘면서 어류 양식이 전복 양식으로 전환되는 등 불법 양식이 관행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전남도는 어류 양식의 경우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력으로 전체 허가면적의 70% 정도 운영되고 있으며, 반면에 패류 양식 면허시설은 10~20%이상 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전복의 경우만 수익과 공급의 균형이 어느정도 맞춰지고 어류와 해조류의 경우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도산이나 휴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 수산 당국의 분석이다. 한경호 전남대 교수는 "양식장 노후화와 밀식에 대한 대책으로 노후화된 양식장의 저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동안 휴식년제 도입과 함께 강력한 단속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규 기자 출처 - 전남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