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동굴서 음악회 여는 현행복 씨 우도가, 칠언 33구, 총 231자로 이뤄진 한시를 번역, 출간 한시 '牛島歌' 번역출간.."동굴음악회 문화상품화" "우도가를 모르고서 우도에서 음악회를 열 수 없다는 생각에 십여년을 준비했습니다.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비치는 우도는 제주의 부상(扶桑. 해가 뜨는 동쪽 바다)이자 문화의 섬으로 부상(浮上)하게 될 겁니다." 1997년부터 '섬 속의 섬'인 제주시 우도면 검멀래 해안 속칭 '고래콧구멍동굴(동안경굴)'에서 동굴음악회를 열어온 성악가 현행복(54)씨는 최근 또 큰일을 냈다. 바로 조선시대 제주에 유배왔던 충암 김정(金淨.1486∼1521)의 한시 '우도가(牛島歌)'를 번역, 출간하게 된 것이다. 칠언 33구, 총 231자로 이뤄진 이 한시는 충암이 방생(方生)이란 이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우도 동굴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신비로움을 환상적으로 노래한 장대한 판타지다. 이 중 '태음의 기운이 서린 굴에 현묘한 이치가 머무네'란 구절은 당시 음악회를 준비하던 현씨에게 큰 영감과 용기를 줬다. 성악가이자 공연기획가로 동굴음악회뿐 아니라 용연 선상음악회, 방선문 계곡음악회, 절부암 음악회 등 다양한 야외기획공연을 해온 그는 그때마다 공간의 예술화, 제주자연의 브랜드화를 위해 무엇보다 역사 공부가 우선임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특히 우도가의 경우 생소하고 어려운 낱말들이 시어로 많이 쓰였고, 시상의 전개 또한 중국의 대표적 시화집인 '산해경'이나 굴원의 '초사' 등 고사를 모르고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충암을 정신적 지주로 삼은 현씨는 틈틈이 관련서적을 뒤져 역사적 배경을 공부했고,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우도가에 대한 번역.해제뿐 아니라 조선왕조실록과 탐라지 등에서 발견된 우도에 관한 역사문헌 기록, 대전에 있는 충암 묘소와 영국 스코틀랜드 서쪽의 외딴섬인 스타파에 있는 '핑갈의 동굴' 답사기가 들어 있다. 멘델스존의 연주회용 서곡으로도 유명한 이 동굴은 영국의 3대 시인으로 불리는 키츠, 워즈워스, 테니슨과 화가 터너 등이 동굴을 방문한 감흥을 담아 각자의 작품을 남기면서 세계적 명소가 됐다. "동안경굴과 거의 비슷한 해식(海蝕)동굴이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됐는데 동굴 내부가 생각보다 좁더군요. 강원도 동해·태백의 석회암동굴과 제주의 대표적 용암동굴인 만장굴에서 음악회를 열어 봤지만, 동안경굴만큼 음악회를 하기에 적당한 곳을 보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동안경굴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면 거꾸로 영국사람들이 우도로 찾아오는 날이 올 겁니다." 수억 년 동안 켜켜이 쌓였던 퇴적층이 바닷물과 바람에 깎이면서 형성된 해식동굴인 동안경굴은 낙석의 위험이 없어 안정적인데다, 바다 쪽으로 탁 트여 있어 음악회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현씨의 설명이다. 예전부터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보름에 한 번 물때를 맞춰야만 들어갈 수 있는 신비로움과 500명은 너끈히 수용하는 넓은 공간도 동안경굴만의 매력이다.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처럼 벽화가 발견된 동굴에서 동물의 뼈로 만든 피리 등 악기가 함께 나왔다는 건 음악활동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그는 "현대의 콘서트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동굴의 공명(共鳴)이 그 계기가 됐을 것이고, 이번 음악회의 주제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현씨의 설명처럼 오는 5일 열리는 '2010 우도동굴음악회'는 단일 음색의 목소리와 단일 악기가 만나 공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악회가 될 예정이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처음으로 동굴 내부에 그랜드 피아노를 설치해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행사 당일 그랜드 피아노를 제주의 전통 떼배인 '테우'에 싣고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 동굴로 옮길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자연이 빚어 낸 석관 악기인 동굴 벽 곳곳에 부딪혀 생기는 음의 반향을 음악회의 주제로 삼은 것처럼 악기 운송 역시 자연의 힘을 빌려볼 작정이다. 내년부터는 동굴음악회를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상품으로 만들고 알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는 그만의 음악적 실험은 어디까지일까. "오름 분화구에서 콘서트를 여는 게 마지막 꿈입니다. 그리스 원형 무대를 떠오르게 하는 오름에서 음악회를 연다면, 육해공·지하까지 사차원을 넘나들게 되지 않을까요?" 김지선 기자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