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汚水방류장' 전락한 울릉 나리분지 하수처리장 피해자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지난 2008년 4월 울릉군이 주민들의 민원으로 하수처리장을 찾았을 때의 시설 안 모습. 정화돼야 할 오·폐수가 그대로 넘쳐 흐르고 있다(사진 설명). 나리하수처리장, 수공-郡 책임공방 속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 울릉군 북면 나리리 김태욱(50) 이장은 마을 하수처리장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 직원이 곧 철수한다는 소식에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나리하수처리장은 이 마을 20여 가구와 인근 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를 정화시켜 내보내는 시설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말 준공 후 장기간 관리되지 않으면서 하수처리는커녕 구정물이 넘쳐나고 악취를 뿜어내는 혐오시설이 됐다.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원성에 하수처리장을 시공한 수자원공사는 올 4월 직원을 파견, 8개월간의 관리 끝에 방류기준을 맞춘 것으로 확인되자 철수를 결정했다. 김 이장은 "'수자원공사 직원이 가버리면 1년 전처럼 하수가 또 다시 넘쳐나지 않을까' 마을 주민 모두 걱정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리하수처리장 왜 지었나 울릉도에서도 가장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나리분지에 하수처리장 건설이 논의된 건 약 10년 전 이곳에 공군부대가 들어서고 부터다. 공군부대가 들어온 뒤 기준치를 초과하는 분뇨가 발생, 상수원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환경적 문제가 끊이지 않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정화조를 이용해 오·폐수를 처리하던 주민들은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마을인 나리분지에서 더러운 물을 내보내면 섬 식수원이 오염될 수 있다"는 수공의 말에 하수처리장 설치를 허락했다. 수공은 나리마을 행정 인구가 340명에 불과했지만, 강수량이 많고 여름에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하루 처리 용량 140㎥의 고도(高度)처리장을 계획했다. 이에 2005년 1월 울릉군 북면 나리리 201번지에 착공, 100㎡ 남짓한 부지에 1층짜리 건물로 건축됐지만 투입된 사업비는 21억9천여만원(모두 지방비)에 달했다. 2007년 12월 공사가 끝난 나리하수처리장은 '준공 후 울릉군으로 귀속된다'는 수자원공사와 울릉군의 협약에 따라 군(郡)에 맡겨졌다. 준공 당시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던 이 처리장은 이듬해 4월, '구정물과 악취가 진동한다'는 민원이 터져 나오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예상 용량을 초과하는 오·폐수가 투입됐고 마을 주민들이 산나물을 씻은 물을 하수로 흘러 보내면서 하수에 나물 등이 유입, 기계가 과부하에 걸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5개월간 방치된 하수처리장 나리하수처리장이 준공 후 몸살을 겪고 있는데도 울릉군은 수공으로부터 시설을 넘겨받고 이듬해 4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시설물을 단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울릉군은 처리장이 준공한 2007년 12월 말부터 2008년 2월까지 나리마을에 많은 눈이 내려 시설 진입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 기상청 관측자료에 따르면 2008년 1월 울릉도는 신적설(지면 위나 설면 위에 새로 쌓인 눈)양이 최대 46㎝까지 기록된 날이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울릉군은 또 처리장이 무인시스템으로 건설돼 자동 설비대로 하수가 처리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하수도법에 따라 하수처리장을 가동하면 사용개시공고를 내야 하는데도 울릉군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2008년 4월 악취와 구정물에 고통 받던 나리마을 주민들의 민원으로 경상북도 감사가 이뤄지면서 드러났다. 울릉군은 두 달 뒤인 6월 사용개시공고를 냈지만 이듬해인 2009년 9월까지 경북도와 대구지방환경청에 보고하지 않아 또 다시 경북도로부터 지적받는 오점을 남겼다. 때문에 나리하수처리장은 '공공하수도시설 운영 및 관리 업무지침'에 근거, 대구지방환경청에 매분기 1회 이상 점검받아야 하지만 준공 후 1년 9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방류 기준 초과에도 준공처리 나리하수처리장은 2007년 12월 11일 준공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하지만 준공 이전부터 올 10월 초까지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이뤄진 방류수 조사에서 1년 10개월 동안 설계 방류 기준을 딱 한 번(2007년 12월 24일) 통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수질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준공승인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본지가 입수한 수질검사 자료에 따르면 나리하수처리장은 준공일 5일전인 12월 7일 시료가 채취돼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졌고 결과물은 약 일주일 뒤인 13일 도착했다. 특히 이날 울릉군에 통보된 검사 결과 역시 5개 측정 항목(BOD, COD, SS, T-N, T-P) 가운데 4개 항목을 통과했으나 총 질소(T-N)는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상의 방류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는데도 아무런 조치없이 준공 처리된 것이다. 이에 대해 수공 포항권관리단 권태희 수도운영팀장은 "나리하수처리장은 수공 자체 조사에서도 준공일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시인하면서도 "준공검사를 울릉군과 함께 실시한데다 준공 후 일주일 뒤인 12월 17일 채취한 시료는 기준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시 울릉군청 상하수도계장이었던 권태필 담당은 "수공에서 방류수질 기준을 만족시켰다고 해 (준공을) 승인해줬다"며 "협약서 상에도 수공이 군에 통보하면 설치 사업이 완료된 것으로 명시돼 있어 이를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수자원공사 철수에 울릉군 '펄쩍' 뒤늦게 하수처리장의 문제를 파악하게 된 울릉군은 수공에 정상운영에 따른 협조를 요청, 이에 수공은 올 4월 직원을 파견해 상주시키면서 복구에 나섰다. 그러나 장기간 방치된 나리하수처리장은 이후에도 설계방류기준을 만족하지 못했고 이때부터 양 기관의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울릉군은 "수공이 처음부터 처리장을 제대로 시공하지 않고 시설물을 넘겼다"면서 인수인계를 거부하는 반면, 수공은 "울릉군이 관리에 소홀해 빚어진 결과"라며 반박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수자원공사는 자체 조사 결과 수질 기준을 만족했다며 직원을 철수 시키겠다고 울릉군에 통보한 상태다. 수자원공사 포항권관리단 이상명 차장은 "수공 직원이 근무한 지난 8개월 동안 울릉군에 수차례 기술 전수를 위한 합동근무를 요청했지만 군은 단 한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애당초 시설물을 인계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울릉군은 수공 자체 검사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며 제3의 기관에 시설물 진단을 의뢰, 차후 인수인계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릉군청 정태원 환경산림과장은 "무인시스템으로 건설해 놓고 이제와 '군 직원을 근무시켜야 한다'는 수공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아직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수질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데다 통과해도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몇 번 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병환ㆍ김정혜 기자 출처 - 경북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