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사람 따라잡기(6)ㅣ유진범
	밤중에 자다가 지네에 놀라 여름철도 아닌데 모기약을 사왔다. 3일에 한 번씩은 모기약을 뿌리고 자야 놀란 가슴이 안심! 육도 마을 곳곳에는 유채꽃이 피고 각종 나물들이 올라와 섬은 더욱 생기가 돈다.	마을 곳곳에는 유채꽃과 함께 쑥과 여러 나물들이 만발하게 피어났다. 바람도 많이 잦아들면서 날이 많이 따뜻해졌다. 평상시와 같은 하루가 이젠 여유로움과 한가함, 때론 나른함까지 더해질 만큼 날이 너무나 따뜻하니 좋다. 그 날도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자기 전에 성경을 읽고 묵상한 후, 불을 끄고 잠을 청하였다. 단잠을 한참 자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눈 뜨기 싫어 그냥 잠을 청하였다. 하지만 그 이상한 느낌은 피부에서 정확하게 전달되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점점 그 느낌이 나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너무나 깜짝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나의 목에 있는 것을 낚아채서 바로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방 불을 켜고 바닥을 보았다. 시간은 새벽 2시 경이었고, 바닥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큰 이상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한 10초 정도 지났을까? 구석에서 무언가가 기어오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지네'였다. 한 12~3cm정도 되는 지네 한 마리가 구석에서부터 기어서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바로 가서 방에 있는 물건으로 '지네'를 눌러 죽인 후에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렇게 '지네'를 처리하고 난 뒤에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놀란 가슴이 이런 저런 별생각이 다 들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옛날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듯이, 불을 끄고 다시 누웠을 때, 왠지 발과 손 근처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과 함께, 몸을 뒤척일 때, 발에 닿는 이불의 느낌이 꼭 '지네'가 다시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새벽예배 때, 설교를 마치고 '지네' 이야기를 성도님들께 해드렸더니 성도님들의 반응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아, 이젠 지네 나올 때도 됐지!", "그냥 모기약 뿌리면 되요"라고 너무나 쉽게 이야기하며, 좀 더 따뜻해지면 지네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하시면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너무나 간단하게 이야기하시고 돌아가셨다. 그래서 며칠 후에 장보러 대천에 나갔을 때, 제일 먼저 사러 간 것이 모기약이었다. 그런데 아직 여름이 아니라, 모기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헉!' 잠시 당황하고 있는 내게 창고 직원 한 분 오셔서, 아직 창고에는 몇 개 있는데, 필요하면 가져다준다고 하셨다. 그 얘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바로 하나 사가지고 돌아왔다. 그날 이후에 아직까지 '지네'가 또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나는 3일에 한 번씩은 모기약을 뿌리고 잔다.// - 유진범(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