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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속에서] 웃었다. 웃는다.
  글쓴이 : 류순화     날짜 : 2016-03-06 23:31     조회 : 5773    

선유도이야기(95)






      그는 아들과 며느리, 먼저 죽은 아들의 아들인 손자를 데리고
      고향 갈대아 인의 우르를 떠납니다.
      그는 왜 고향을 떠났을까?
      고향을 떠나면서 또 다른 아들 하나는 왜 고향에 남겨 두었을까?
      손자에게는 부모가 없고, 아들과 며느리 사이에는 아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결손가정인 식솔들을 데리고 고향을 떠납니다.
      고대 근동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이웃들 사이에서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상처였을 것입니다.
      아비보다 먼저 죽은 아들도 그에게는 깊은 상처였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상처들인 식솔들을 데리고 고향을 떠납니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가나안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가나안 땅까지 가지 못하고 하란에 정착합니다.
      그가 왜 하란에 머물렀는지 성경은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습니다.

      하란에서
      그 사람은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그 음성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 음성에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아내와 조카를 데리고 하란을 떠납니다.
      그 사람이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 75세입니다.
      그 사람이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라는 약속의 말씀을 받습니다.
      그 때 그 사람에게는 일점혈육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아버지를 하란에 남겨두고(창11:26) 그 땅을 떠납니다.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에 들어갔는데 그 땅에 기근이 심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좇아서 가나안 땅까지 왔는데 그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심각한 기근입니다. 식솔들의 생계를 위협할 기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애굽으로 내려갑니다.
      애굽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이번에는 아내의 미모가 마음에 걸립니다.
      아무래도 아내의 빼어난 미모 때문에 그 사람은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오뉘로 하자고 입을 맞춥니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하는 법
      애굽에 도착하자 그 사람의 아내의 미모가 근방에 짜하게 소문이 납니다.
      바로가 아내를 삼으려고 그 사람의 아내를 데리고 갑니다.
      아내를 데리고 가면서 그 사람에게 양과 소와 노비와 암수 나귀와 낙타를 선물로 듬뿍 안겨줍니다.
      혼인지참금을 후하게 보내 왔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사람의 아내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셔서 일을 바로잡아 주십니다. 아내를 그 사람에게 돌려주십니다.
      오뉘보다 더 나중 관계인 부부로 애굽을 떠납니다.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여 애굽에서 나옵니다.
      그 사람이 애굽에서 나와 벧엘과 아이 사이 전에 장막 쳤던 곳으로 갑니다.

      여전히 그 사람의 아내는 임신하지 못합니다.
      동서남북으로 보이는 땅을 그들과 그들의 자손에게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자손을 땅의 티끌같이 많게 하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이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남편이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받았던 때로부터 10년이 흘렀습니다.
      백 번도 넘는 희망이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져버렸습니다.
      이제 그녀의 나이 75세가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임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집니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하나님의 약속도 희미해져갑니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 다른 아내를 주선해주었습니다.
      그녀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녀의 아들이 자라는 과정을 보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하나님은 약속을 하셨으면서 내게는 왜 아들을 주시지 않으셨을까요?
      그 아이가 옹알이를 하고 말을 합니다.
      그 아이가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불렀을 때 남편의 얼굴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걸음마를 하고 걷고 뛰어다닙니다.
      그 아이가 두 팔을 휘저으며 달려가 남편의 품에 뛰어듭니다.
      남편이 그 아이를 안고 나무 밑 평상에 누워있습니다.
      남편의 흰 수염이 아이의 얼굴을 간질거리게 하는지 아이가 얼굴을 부비며 깔깔거립니다.
      장막 밖에서 그 아이의 햇빛처럼 밝은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 싸한 아픔이 밀려옵니다.
      달빛을 받으며 고요히 잠들어 있는 그 아이의 반듯한 이마가 왜 내게는 슬픔이 되는 걸까요?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남편의 얼굴이 행복해 보입니다.
      그 아이가 남편에게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그 아이의 콩콩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모두를 웃음 짓게 합니다.
      오물오물 무언가를 열심히 먹는 모습이 예쁩니다.
      입술 가장자리에 양젖이 하얗게 말라붙어 있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새끼 양을 뒤쫓아 다니다 헛간 구석에서 양과 함께 잠이 든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그러다가 해가 져서 아이가 제 어미의 장막으로 들어가 버리면 세상이 온통 텅 빈 것 같습니다. 天地間에 혼자인 것 같습니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이 후두둑 쏟아질 것 같은 깜깜한 밤이면 가끔씩 옛 약속(창15:5)을 떠올려봅니다.
      더 기다렸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요?
      내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모두들 아이를 바라보며 웃는 데 나는 웃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에 눈물이 강물 되어 흐릅니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날은 유난히 날이 더웠습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한낮의 열기는 덥고 고요해서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오후였습니다.
      장막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장막 안 그늘에 앉아있는데
      문득 낯선 세 사람이 맞은편에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 근방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뜨거운 한낮에 여행을 해야 할 만큼 급한 용무가 있었던 것일까요?
      달려 나가 그 낯선 여행자들에게 쉬어가시라고 청했습니다.
      발도 좀 씻고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오시라고 정중하게 청했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으면 떡을 조금 가져 올 것이니 요기라도 하고 가시라고 강권했습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다행이 그 낯선 여행자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얼른 아내에게 가서 고운 가루로 반죽하여 빵을 구우라고 부탁을 하고
      가축 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기름지고 좋은 송아지를 잡아 하인에게 급히 요리하라고 일렀습니다. 그리고 물을 떠다가 여행에 지친 발을 씻겨드렸습니다.
      엉긴 젖과 우유와 하인이 요리한 송아지 고기를 그 낯선 여행자들 앞에 차려놓고 식사 시중을 들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그들이 아내 사라가 어디에 있는지 묻습니다.
      사람을 보내 사라를 불러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말합니다.
      “내년 이맘때에.....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장막 문에서 이 말을 들은 사라가 속으로 웃습니다.
      ‘나는 나이가 많아 달거리는 끝났고 내 주인도 늙었는데 무슨 즐거움이 있을까?’
      그 사람이 묻습니다.
      “사라가 왜 웃지?”
      화들짝 놀란 사라가 부인합니다.
      “안 웃었는데요.”
      “아니다, 네가 웃었다.”
      웃었습니다.
      웃기는 했는데 좋아서가 아니라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만 실수로 웃음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다녀가고 꼭 일 년 후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내 주인의 노년에 내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남편이 백세가 되던 해에 아들을 낳아 그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남편이 그 아이의 이름을 ‘이삭’이라고 지었습니다.
      “사라가 아브라함의 노년에 아들을 낳았다네요.”
      이제 마음껏 웃을 수가 있습니다.
      내 삶에 이렇게 웃을 수 있는 날이 다 있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십니다.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다 웃습니다.

      나는 한 여자를 압니다.
      그 여자도 깊은 상처 때문에 한동안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여자가 웃기를 멈추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 여자의 입이 크게 벌려지지를 않는 것입니다.
      입을 크게 벌릴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입을 크게 벌릴 수가 없으니 노래도 할 수가 없었고 하품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하품을 하는 것이 고통이 되었습니다.
      얼굴은 까맣게 말라가고, 웃을 수가 없으니 볼은 홀쭉하게 들어갑니다.
      세월이 지나고 하나님의 치유를 경험한 그 여자가 다시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는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되었고 하품도 크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웃게 하시니 그 여자가 웃습니다.
      나도 그 여자를 보며 웃습니다.
      - 류순화(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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