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 목사·충남대 익투스 낙도 의료선교 우정은 또래들 사이에서만 쌓이는 게 아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나란히 손잡고 달리는 사람들끼리는 때때로 나이와 성별을 초월하여 혈육보다 진한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증경총회장 박요한 목사(87세)와 충남대 의대 기독학생회의 만남도 그런 것이다. 지난 94년, 당시만 해도 의료여건이 심하게 낙후해있던 섬마을을 찾아가 의료선교를 펼쳐보자고 의기투합했던 그들의 협력사역이 어느덧 10년째를 맞았다. 첫해 고흥 연홍도에서 시작된 이들의 사역은 보성 장도, 신안 우이도, 영광 낙월도, 해남 상마도 등을 거쳐 올해에는 군산 선유도에서 펼쳐졌다. 군산항에서 뱃길로 한시간 반 걸리는 이 수려한 섬에서 선교팀은 선유도 교회에 캠프를 차리고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전도와 봉사로 꼬박 나흘을 보냈다. 첫 해에는 간단한 의료 장비만으로 시작된 이들의 사역이 해를 거듭할수록 전문화, 고급화 되어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내시경 초음파진단기 같은 대형 장비까지 동원되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낙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치과와 한방진료의 경우, 연신 찾아오는 발길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의료봉사가 진행되는 한 편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전도하는 것은 박요한 목사의 몫이다. 한국섬선교회 고문으로 낙도선교에 투신한지 21년째, 노령에다 목숨까지 위태했던 몇 번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넘치는 사명감과 기개로 건재를 과시한다. "계산해 보니 일년의 절반은 섬에서 사는 셈이더군요. 평소 혼자서 사역하다 이렇게 충남대 기독학생회와 동역할 때면 외롭지 않고, 젊은이들의 순수함과 활력을 느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박요한 목사와 함께 처음 사역을 시작했던 젊은 의대생들은 어느덧 중견 의사로 성장했다. 동문 중에는 평신도 선교사로 해외에 나가 의료선교에 투신한 경우도 있다. 팔순의 목회자와 이삼십 대 젊은 의료인들이 써 내려가는 낙도 사랑의 이야기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정재영 기자)